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건 뭐다? 파에야? 플라멩코? 투우? 다 맞다. 하지만 스페인의 진짜 매력은 남부에 숨어 있다. 북부보다 햇살이 뜨겁고, 중부보다 감성이 진하다.
세비야, 그라나다, 말라가.
이 세 도시는 마치 삼형제 같다. 같은 뿌리를 가졌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지녔다. 이번 글에서는 스페인 남부의 대표 도시 세 곳을 여행자의 눈으로 찬찬히 들여다본다. 유럽 여행 루트를 짜고 있다면, 이 셋 중 하나쯤은 꼭 넣어야 할 이유를 알려줄게!
세비야, 스페인 감성의 정점
세비야, 여긴 그냥 도시 이름부터 예술이다.
들어보면 입에서 자동으로 노래 나오는 느낌, “쎄비야~!” 왠지 탭댄스를 쳐야 할 것 같은 이 리듬감. 괜히 플라멩코의 본고장이 아니다. 세비야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감성’이다. 유럽 도시들이 대체로 예쁘긴 하지만, 세비야는 ‘아… 여긴 그냥 살아도 좋겠다’ 싶은 느낌을 준다. 그라나다가 고풍스럽고, 말라가가 여유롭다면, 세비야는 불타는 열정+고요한 감성이 한데 섞인 도시. 알카사르 궁전? 이건 그냥 예술 작품이다. 타일 하나하나, 아치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있다. 여긴 진짜로 “와…” 소리 나온다. 얼결에 조용해진다. 진심이다. 플라멩코 공연은 반드시 봐야 한다.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 기타 하나와 발 구르는 소리, 그 안에 사람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다. 눈물날 수도 있다. 춤이 이토록 울림이 될 수 있다니. 감정선 다 흔들림. 세비야는 골목도 진국이다. 돌바닥을 따라 느릿하게 걷다 보면 어느새 성당 앞, 또 걷다 보면 테라스 카페. 로컬 와인 한 잔에 햇살, 이게 행복이지 뭐 별거 있나.
그라나다, 시간 여행의 시작
자, 다음은 그라나다.
여긴 한마디로 요약 가능하다. 중세의 시간 캡슐. 세비야가 낭만이라면, 그라나다는 미스터리다. 딱 들어서면 공기부터 다르다. “여긴 뭔가 이야기가 있겠는데?” 싶은 느낌이 팍 온다. 역시, 알함브라가 있는 도시답다. 알함브라 궁전은 솔직히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스페인 여행 가는 이유 그 자체. 정원, 분수, 궁전, 타일, 아치… 이건 인간의 손으로 만든 기적이다.
특히 저녁 무렵, 햇살이 스르르 궁전 담벼락을 타고 흐를 때 그 느낌. “와, 내가 진짜 이걸 눈으로 보고 있구나?” 싶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라나다의 또 다른 매력은 타파스 문화다. 맥주 한 잔 시키면 안주가 공짜다? 말이 되냐고! 되더라. 게다가 다양하다. 올리브, 햄, 감자, 튀김, 조개, 삶은 문어까지. 진짜로 배부르게 술 마실 수 있음. 그리고 골목길 위로는 알바이신 지구. 하얀 집들 사이로 난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전망대에서 그라나다 전경과 알함브라가 한눈에 펼쳐진다. 그 순간, 모든 피로가 날아간다. 이건 포토샵으로 못 만든다.
말라가, 바다와 태양의 축제
이제 말라가.
한마디로 하면 스페인의 마이애미.
여긴 진짜 여름이다. 해변, 태양, 맥주, 웃음소리. 다 있다. 말라가는 피카소의 고향이다. 그런데 미술관 하나 보고 끝내기엔 아깝다. 여긴 바다가 진짜 핵심이다. 말라게타 해변? 여긴 그냥 누워 있어도 된다. 물놀이 안 해도 된다. 모래사장에 누워서 바다 냄새 맡고 있으면, 아… 살 맛 난다. 해변 옆엔 치랑기토(Chiringuito)라고 불리는 바닷가 술집들이 줄줄이 있다. 거기서 해산물 튀김이랑 맥주 마시면, 바로 현지인. 대화 안 돼도 눈빛으로 통함. “너도 좋지?” “응, 나도 좋아…” 도시 자체도 작고 귀엽다. 버스 타면 금방 끝, 걸어도 충분하다. 골목마다 피카소 느낌 나는 벽화나 조형물이 있고, 분위기 진짜 유쾌하다.
그리고 깜짝 매력 하나. 말라가 요새(Malaga Alcazaba)! 여기도 알함브라 느낌 살짝 나는 곳인데, 사람이 적다. 더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말라가는 낮엔 해변, 밤엔 거리 축제 분위기다. 진짜 웃긴 건, 사람들이 밤 10시쯤 되면 슬슬 나와서 밥 먹는 거다.
“지금 시작이야?” 싶지만, 맞다. 스페인은 밤에 시작한다.
세비야, 그라나다, 말라가.
이 세 도시는 스페인의 서로 다른 얼굴이다.
세비야는 감성과 열정이 공존하는 도시, 그라나다는 고요한 아름다움과 이야기가 담긴 곳, 말라가는 해변과 자유, 그 자체다. 세 도시는 기차로 1~2시간 거리다.
가능하다면 셋 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당신의 여행 스타일을 먼저 떠올려보자. 👉 감성 충전하고 싶은 사람 = 세비야
👉 스토리가 있는 여행, 사진 좋아하는 사람 = 그라나다
👉 해변과 여유, 햇살이 필요한 사람 = 말라가 스페인 남부는 상상 이상으로 매력적이다. 지도만 펼치지 말고, 오늘 당장 루트부터 짜보자.
카메라 챙기고, 햇빛 대비하고, 빈 마음 하나 들고 떠나자.
당신의 영혼이 환하게 웃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