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전라도? 그거 생각보다 완전 괜찮은 선택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가본 사람만 알아요.
풍경 좋고, 사람 정 많고,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처럼 정신없이 빠르지도 않고,
강원도처럼 산으로 꽁꽁 숨지도 않아요.
여름다운 여름. 뜨거운데 편안하고, 느긋한데 재밌는 그런 여행이 필요하다면 바로 여기.
순천, 광주, 무안.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세 도시.
이번엔 그중에서도 여름에 꼭 가야 하는 코스들만 콕콕 찍어드릴게요.
순천 – 자연이 예쁘다고만 하기엔 너무 반칙이잖아
순천은 말 그대로 자연이 진심인 도시예요.
여긴 뭐 하나 안 꾸며도 그냥 그대로 예쁨.
순천만 국가정원은 여름이면 초록이 미쳐요.
진짜 농담 아니고, ‘이파리가 광합성 하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그 정도.
걷다 보면 나무 그늘 아래 벤치도 있고,
시냇물 옆에선 개구리 울고, 카페에서는 힐링 음악 깔리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편안합니다.
"이게 휴가지, 뭐 별거 있어?" 싶은 그런 순간들.
순천만 습지는 그냥 영화 세트장.
노을 질 때 갈대밭 사이로 햇살 퍼지면, 그건 그냥 명화예요.
커플이든 혼자든, 인생사진 보장합니다.
순천역 근처 시장 골목도 재밌어요.
한 입에 쏙 들어가는 꼬치부터 옥수수 퐁당 들어간 전통 아이스크림까지.
진짜 가볍게 들렀다 정신 못 차리고 먹고 나오는 맛집 지뢰밭.
광주 – 더울 땐 실내도 괜찮잖아?
광주는 진짜 ‘도시 감성 피서지’ 느낌 나요.
막 자연 속에서 물놀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 대신 실내에서 힐링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포인트죠.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공짜에 에어컨 빵빵.
근데 공간은 또 무슨 유럽 박물관 뺨치는 퀄리티.
안에 카페도 있고, 전시도 꽤 괜찮아서 "어라? 나 문화인 됐는데?" 싶어져요.
양림동 카페거리로 이동하면 감성 폭발.
오래된 한옥과 감성 카페들이 아주 잘 섞여 있어서
한 장 찍으면 “여기 어디야!?”라는 DM 받을 확률 100%.
냉모밀에 한옥 배경이면 그건 그냥 계절감 제대로 박힌 인생샷.
광주는 또 ‘밥값 하는 도시’예요.
상추튀김, 떡갈비, 무등산 보리밥…
어쩌다 한 끼를 잘못 골라도 “아 이건 뭐야 너무 맛있잖아…”라는 반응 나오는 확률 높음.
무안 – 몰랐지? 여기가 숨겨진 여름 보물
솔직히 말해서, 무안 하면 많이 생소하죠?
근데 여름엔 조용히 떠나기엔 딱이에요.
사람도 많지 않고, 뷰는 확실히 좋고, 가격은 착한데 감성은 충만.
톱머리해수욕장.
이름은 좀 귀엽지만 바다는 의외로 시원하게 탁 트였어요.
서해지만 물도 맑고, 특히 일몰이 기가 막혀요.
노을이 바다에 딱 깔리는 순간, 휴대폰 카메라가 갑자기 미쳤습니다.
회산백련지.
7~8월 사이 연꽃이 만개하는데, 이건 거의 천국의 정원.
연잎 사이사이로 햇살 들어오고, 물 위로 살랑살랑 바람 불어오면...
와, 여기가 전라도인지 베트남 호이안인지 헷갈릴 정도.
무안에서 먹는 낙지볶음은 또 왜 이렇게 맛있죠?
매운데 멈출 수 없는 맛. 혀에 땀이 날 정도인데 젓가락은 계속 가요.
진짜 맛있게 매워서 눈물 흘리며 웃게 되는 맛.
결론: 이 여름, 느릿하게 행복해질 권리
전라도는 좀 느립니다.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아요. 오히려 참 좋아요.
순천은 걷기 좋은 도시.
광주는 숨 돌릴 수 있는 도시.
무안은 조용히 빠져들 수 있는 도시.
세 장소 다 다르지만 같은점 하나 있어요.
여름을 버티는 게 아니라, 즐기게 만들어준다는 거.
이번 여름, 바쁘게 쓸어 담는 여행 말고
조금은 느리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그런 여름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